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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여의도 투자은행(IB) 업계에 소식 하나가 돌았습니다.지우개패드로 유명한 스킨케어 브랜드 셀리맥스. 이 회사 지분 27%가 1,200억 원에 팔렸다는 겁니다. 산 쪽은 파인트리자산운용, 머스트벤처스, 신한투...
28/09/2026

지난주, 여의도 투자은행(IB) 업계에 소식 하나가 돌았습니다.

지우개패드로 유명한 스킨케어 브랜드 셀리맥스. 이 회사 지분 27%가 1,200억 원에 팔렸다는 겁니다. 산 쪽은 파인트리자산운용, 머스트벤처스, 신한투자증권 같은 투자사들이에요. 자본시장 매체 더벨이 9월 23일 전한 내용입니다.

숫자만 보면 남 얘기 같지만, 이 브랜드도 처음부터 컸던 게 아닙니다. 2022년 매출은 172억 원이었어요. 쿠팡에서 토너패드 1위, 아마존에서 레티날 제품 1위를 찍었고, 틱톡 누적 조회수는 9억 회를 넘겼습니다. 매출은 2024년 462억, 지난해 약 1,700억이 됐어요. 1년 새 3.7배입니다.

그런데 이번 거래에서 진짜 눈여겨볼 건 금액이 아닙니다.

창업자는 회사를 통째로 넘기지 않았습니다. 배인환 창업자를 비롯한 기존 주주들이 가진 주식 일부만 팔았어요. 회사는 그대로 굴러가고, 김민석 대표는 주식을 한 주도 더 사지 않고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팔고 떠난 게 아니라, 판 돈을 손에 쥐고 계속 가는 거래입니다.

타이밍도 봐야 합니다. 이 거래가 나온 건 매출이 3.7배로 뛴 바로 다음 해입니다. 더벨은 이 거래를 「흥행」이라고 불렀어요. 사겠다는 쪽이 몰릴 때, 파는 쪽이 조건을 고릅니다.

이건 1,700억짜리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법인이라면 회사 크기와 상관없이 지분 일부만 넘기는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조건은 하나, 사겠다는 쪽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겠다는 쪽은 회사가 뜨거울 때 나타납니다.

엑싯이라고 하면 보통 회사를 넘기고 손을 떼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셀리맥스의 창업자가 고른 건 다른 장면이었어요. 가장 잘 나갈 때 일부를 현금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계속 키우는 것. 그 선택지는 회사가 뜨거울 때 가장 넓게 열립니다.

※ 비상장 회사이며, 거래 내용은 회사의 공식 발표는 아닙니다.

이미지) 셀리맥스

2021년 8월, 마르완 바라캇에게 아마존에서 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상품 목록을 내렸다는 내용이었어요. 아마존 창고에는 10만 달러, 환율 1,300원을 대면 1억 3천만 원어치 재고가 ...
18/09/2026

2021년 8월, 마르완 바라캇에게 아마존에서 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상품 목록을 내렸다는 내용이었어요. 아마존 창고에는 10만 달러, 환율 1,300원을 대면 1억 3천만 원어치 재고가 팔 수 없는 채로 쌓여 있었고요. 본인 말로는 "백만 달러짜리 사업이 사라졌다"였습니다.

아기용 편광 선글라스였습니다. 중국에 살던 두 아이의 아빠가 그해 2월 미국 아마존에만 올린 브랜드, Baby Sunnies죠.

그런데 들여다보니 문제가 된 특허는 선글라스와 '끈'을 묶은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끈을 새로 만들었어요. 창고의 재고는 그대로 살렸고, 12월에 다시 판매를 시작합니다.

그 뒤로는 검색 순위가 받쳐줬습니다. 주요 검색어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자 광고비를 줄였고, 순이익률이 26% 안팎까지 올라왔다고 해요. 2022년 매출은 110만 달러, 14억쯤이었습니다. 아마존 리뷰가 2,000개 쌓이는 동안 자사몰에서 나온 매출은 1%가 안 됐고요.

그럼 그 사업은 얼마에 팔렸을까요. 2023년 4월, 유럽 쪽 인수자에게 약 50만 달러, 6억 5천만 원에 넘겼습니다. 5만 달러어치 재고까지 포함한 값이었어요. 협상은 일주일, 실사는 2주 만에 끝났습니다.

파는 이유는 본인이 밝혔습니다. 더 마음이 가는 브랜드를 새로 만들고 싶었고, 집을 사고 싶었다고요. 그렇게 새로 낸 책상용 키보드 받침대 Deskello는 출시 다섯 달 만에 1만 1천 개가 나갔습니다.

원문에 적힌 배수는 연매출의 0.4배입니다. 한 번 아마존에서 통째로 내려갔던 이력이 있고, 자사몰 매출이 1%가 안 되던 사업이 받은 값이었죠.

#아마존셀러 #엑싯 #브랜드매각 #이커머스 #기업매각 #유아용품

닐 저비스는 2015년부터 아마존에서 물건을 팔던 사람입니다. 그동안 들여다본 상품만 수십만 개였다고 하는데요. 그중 몇 년째 눈에서 떼지 않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맞추던 퍼즐을 그대로 올려두고 보관하고 옮길 수 ...
16/09/2026

닐 저비스는 2015년부터 아마존에서 물건을 팔던 사람입니다. 그동안 들여다본 상품만 수십만 개였다고 하는데요. 그중 몇 년째 눈에서 떼지 않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맞추던 퍼즐을 그대로 올려두고 보관하고 옮길 수 있는 판이었어요. 찾는 사람은 꾸준한데 아마존에서 파는 곳은 한 군데뿐이었거든요.

2018년, Puzzle Ready라는 이름으로 내놨습니다. 창고는 두지 않았어요. 생산은 소싱 대행을 끼고 중국 공장에 맡기고, 물건은 아마존 창고로 바로 보내 배송까지 넘겼습니다. 광고도 아마존 안에서만 돌렸고요. 같이 일한 사람은 필리핀에 한 명, 중국에 한 명이었습니다.

3년 뒤 연매출은 300만 달러, 환율 1,300원을 대면 39억쯤이 됐습니다. 직전 1년 동안 3만 1천 개가 나갔고, 매출의 99%가 아마존에서 나왔죠.

그런데 여기서 팔기로 합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수요가 꺾일 것 같았고, 연말 성수기마다 재고 대금을 먼저 치르느라 돈이 묶였고, 배송비는 오르는데 파는 건 한 품목뿐이었거든요. 더 벌기보다 잃을 걸 줄이는 쪽을 골랐다고 합니다.

브로커를 끼고 만난 원매자는 네다섯 곳, 전부 아마존 브랜드를 사 모으는 업체였습니다. 진지하게 붙은 두 곳 중 eBrands는 처음엔 값을 올리려고 세워둔 쪽이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받아들일 만한 조건을 들고 온 것도 eBrands였고, 2021년 12월 그쪽으로 넘겼습니다.

값은 일곱 자리 달러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대신 셈법이 공개됐는데요. 이익의 6배였고, 그중 3.5배는 계약 때, 나머지 2.5배는 인수 뒤 1년 실적에 따라 받는 조건이었습니다. 몇 년을 지켜본 물건 하나를 3년 굴려서 계약서에 적은 숫자가 그거였습니다. 뒤의 2.5배를 다 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고요.

#아마존셀러 #엑싯 #기업매각 #이커머스

컴퓨존에서 PC 사보신 적 있으신가요? 조립PC부터 노트북, 모니터, 사무용품까지 온라인과 매장에서 파는 곳인 컴퓨존은 국내 최대 컴퓨터·IT기기 유통 플랫폼으로 꼽힙니다.2020년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연매출 1조...
15/09/2026

컴퓨존에서 PC 사보신 적 있으신가요? 조립PC부터 노트북, 모니터, 사무용품까지 온라인과 매장에서 파는 곳인 컴퓨존은 국내 최대 컴퓨터·IT기기 유통 플랫폼으로 꼽힙니다.

2020년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연매출 1조를 넘겼습니다. 그 뒤로 6년째 1조대를 지키고 있는데요. 지난해 매출이 1조 2,887억, 영업이익이 352억이었습니다. 지분은 두 창업자가 50%씩 나눠 들고 있고요.

그런데 지난 9일, 이 회사가 새 주인을 찾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물밑에서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라고요. 아직 계약 단계는 아닙니다.

업계가 매기는 몸값은 6,000억~7,000억 선입니다. 그 안에는 땅도 들어 있어요. 서울과 김포에 물류센터를 두고 있는데, 서남권 센터 한 곳만 시가 2,000억 안팎으로 추정되거든요.

그럼 사겠다는 쪽은 뭘 원할까요. 후보들은 창업자 지분을 일부 남겨두고 경영권을 가져가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지금 경영진과 같이 가겠다는 거죠. 논의되는 안도 김 전 대표 지분에 노 대표 지분 일부를 묶어 파는 쪽이고요.

다만 창업자 두명 사이의 의견 조율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분이 정확히 반씩이라 한 사람만 마음을 정해서는 경영권이 넘어가지 않는 구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컴퓨존의 M&A 과연어떻게 이어질까요?

#컴퓨존 #경영권매각 #기업매각 #이커머스 #브랜드 #엑싯

대니 비비에는 본업이 따로 있었습니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트루카에서 전략재무를 맡는 부사장이었고, 나중엔 리걸줌으로 옮겨 IR을 총괄했어요. 아내 애슐리는 변호사였고요. 2018년, 부부가 퇴근하고 아마존을 뒤지다...
11/09/2026

대니 비비에는 본업이 따로 있었습니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트루카에서 전략재무를 맡는 부사장이었고, 나중엔 리걸줌으로 옮겨 IR을 총괄했어요. 아내 애슐리는 변호사였고요. 2018년, 부부가 퇴근하고 아마존을 뒤지다 '신생아 사진 소품'이라는 검색어가 한 달에 2만 번 넘게 돌아가는 걸 봤습니다.

그래서 알리바바에서 공급처를 찾아 7,500달러를 부쳤어요. 첫 1,000개였습니다. 하루 다섯 개씩 나가던 게 마흔 개가 됐고, 그해 12월엔 재고가 동났고요.

3년쯤 지나자 품목이 24개로 늘고 한 해 7만 5천 개가 나갔습니다. 연매출로 250만 달러, 환율 1,300원을 대면 32억쯤 되죠. 둘 다 회사는 계속 다녔고, 원격 비서 세 명을 붙여 돌린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2022년 1월, 아마존 브랜드를 사 모으는 업체에 200만 달러 남짓, 약 26억에 넘깁니다. 원문에는 배수까지 적혀 있어요. 직전 12개월 이익의 5.2배였습니다.

왜 팔았을까요. 대니가 든 이유는 셋입니다. 공급망이 조여오면서 이익률이 나빠질 것 같았고, 재고에만 40만 달러가 묶여 있을 만큼 돈을 계속 밀어 넣어야 하는 사업이었고, 매출의 90%가 아마존 한 곳에서 나왔거든요. 숫자 보던 사람이라 그림이 먼저 보였던 셈입니다. 판 돈으로는 재고를 쥐지 않아도 되는 사업, 그러니까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쪽을 사러 갔고요.

값을 만든 건 마지막 12개월의 이익이었습니다. 품목 24개에서 한 해 7만 5천 개가 꾸준히 빠지고 그 흐름이 장부에 남아 있으니 거기에 5.2배가 붙었고요. 파는 쪽이 위험으로 셈한 '아마존 의존 90%'는, 아마존 브랜드만 사 모으는 인수자에겐 그냥 사업 조건이었습니다.

#아마존셀러 #이커머스 #엑싯 #기업매각 #스몰브랜드

홍재범 대표가 2011년에 문을 연 피피비스튜디오스는 원래 옷 파는 회사였습니다. 여성 패션 쇼핑몰 '츄(chuu)'가 주력이었고, 그 옆에 옷 브랜드 몇 개를 더 붙여 8년을 굴렸어요. 렌즈는 그때 없었습니다.방향...
09/09/2026

홍재범 대표가 2011년에 문을 연 피피비스튜디오스는 원래 옷 파는 회사였습니다. 여성 패션 쇼핑몰 '츄(chuu)'가 주력이었고, 그 옆에 옷 브랜드 몇 개를 더 붙여 8년을 굴렸어요. 렌즈는 그때 없었습니다.

방향이 틀어진 건 2018년입니다. 컬러렌즈를 찾는 사람이 아시아에서 부쩍 늘어난 걸 보고, 2019년 말에 '하파크리스틴'을 내놨거든요. 옆에는 2015년 벤처캐피탈 심사역으로 이 회사에 투자했다가 2017년 아예 안으로 들어온 장준호 공동대표가 있었고요. 그리고 2022년, 8년을 키운 패션 사업을 팔아버립니다. 렌즈 하나만 남기고요.

숫자가 그 뒤를 따라왔습니다. 매출이 2023년 392억에서 2024년 490억, 지난해 589억으로 올라섰으니 해마다 20%씩 붙은 셈인데요. 더 중요한 건 지난해 영업이익 53억을 내면서 흑자로 돌아섰다는 쪽입니다.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들어오는 몫이 상당하고요.

그래서 올해 7월, 케이엘앤파트너스가 경영권 지분 약 65%를 1,400억에 사기로 하고 도장을 찍었습니다. 다만 그 지분의 주인은 비전에쿼티파트너스를 비롯해 앞서 들어와 있던 주주들이에요. 창업자는 2020년 최대주주가 바뀐 뒤로 2대 주주 자리에서 회사를 계속 맡아왔고요. 손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에도 운전대는 놓지 않은 셈입니다.

창업자는 그동안 회사에 남았습니다. 지금은 미국에 머물면서 현지를 맡고 있는데, 콘택트렌즈가 거기선 안과 의사 처방이 있어야 팔리는 물건이라서요.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에 매장을 열고, 현지 안과 의사 50명이 자기 병원에서 이 렌즈를 파는 구조를 짰습니다. 국내에선 온라인 판매를 놓고 안경사협회와 다투는 중이라 이 부분은 아직 결론이 안 났고요.

1,400억을 버틴 항목은 세 줄로 적힙니다. 3년 연속 20%대 매출 증가, 지난해 돌아선 53억 흑자, 그리고 규제가 막아둔 미국 시장에 먼저 깔아놓은 판매 경로.
이미지 출처 : 하파크리스틴 [하파크리스틴 홈페이지]

#이커머스 #기업매각 #엑싯

MBK파트너스가 국내에서 회사를 새로 사들인 게 2년쯤 만입니다. 그동안 조 단위 거래를 여러 건 굴려온 곳인데, 다시 지갑을 연 자리가 크림하고 건강기능식품이었어요. 스킨이데아와 라이프앤바이오, 두 곳을 합쳐 약 ...
07/09/2026

MBK파트너스가 국내에서 회사를 새로 사들인 게 2년쯤 만입니다. 그동안 조 단위 거래를 여러 건 굴려온 곳인데, 다시 지갑을 연 자리가 크림하고 건강기능식품이었어요. 스킨이데아와 라이프앤바이오, 두 곳을 합쳐 약 3,000억. 9월 2일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스킨이데아는 2014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메디필'과 '더마메종'을 들고 50여 개국에 물건을 내보내는 곳인데, 2024년 3월만 해도 700억대로 적히던 매출이 지난해 1,000억을 넘겼고요. 상각 전 이익, 그러니까 감가상각을 빼기 전 벌이로는 275억을 냈습니다. 라이프앤바이오는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쪽이고 연결 매출 442억에 같은 기준 이익 69억이었죠.

여기까지가 값이 나온 자리입니다. 둘을 합친 이익이 344억인데, 이번 거래가 그 8배쯤으로 매겨졌거든요. MBK가 밝힌 판단 근거도 두 회사의 수익성과 소비재 시장의 성장 여력이었습니다.

그럼 판 쪽은 누구였을까요.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입니다. 라이프앤바이오 81%를 2021년에, 스킨이데아 67%를 2024년에 사뒀던 곳이고요. 스킨이데아를 담을 때 매긴 값이 100% 기준으로 1,500억 언저리였는데, 2년이 지나 두 회사를 묶어 3,000억에 넘겼습니다. 국내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포트폴리오였습니다.

창업주 쪽은 2024년 거래에서 33%를 남겨뒀고, 이번에도 경영진은 자리를 지킵니다. 사모펀드가 사모펀드에게 넘기는 거래라 감정이 낄 자리가 없어요. 값을 버틴 건 두 줄입니다. 이미 50여 개국으로 나가고 있는 수출 경로, 그리고 2년 사이 700억대에서 1,000억대로 올라선 매출. 다음 주인에게 넘길 때 또 한 번 셈이 서는 숫자니까요.

#뷰티브랜드 #이커머스 #기업매각 #엑싯

🐘 화장품 경력 0년, 1조에 팔았다티파니 마스터슨은 휴스턴에 사는 네 아이의 엄마였습니다. 화장품 회사에서 일해 본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연구소도, 투자자도, 업계 인맥도 없었습니다.2012년에 그는 자기 브랜...
04/09/2026

🐘 화장품 경력 0년, 1조에 팔았다

티파니 마스터슨은 휴스턴에 사는 네 아이의 엄마였습니다. 화장품 회사에서 일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연구소도, 투자자도, 업계 인맥도 없었습니다.

2012년에 그는 자기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돈은 시동생과 형제에게 받았습니다.
형제는 아예 회사에 들어와 사장을 맡았습니다. 가족이 낸 돈으로 가족이 시작한
회사였습니다. 이름은 Drunk Elephant입니다.

그가 먼저 정한 것은 제품이 아니라 기준이었습니다. 피부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성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빼겠다. 제품은 그 기준을 따라 나중에 만들었습니다.

그다음이 오래 걸렸습니다.

2014년 한 박람회에서 세포라 담당자의 눈에 띄었습니다. 이듬해 1월 세포라 매대에
올라갔습니다. 창업하고 2년이 넘게 지난 뒤였습니다. 그리고 그 뒤는 빨랐습니다. 세포라에서 가장 빠르게 자라는 스킨케어 브랜드가
됐습니다. 광고로 만든 속도가 아니었습니다. 써본 사람이 친구에게 말하고, 그 친구가
용기 뒷면의 성분표를 읽어보고 사는 식으로 늘었습니다.

2019년 10월, 일본의 시세이도가 이 회사를 8억 4,500만 달러, 약 1조 1,000억 원에
사갔습니다. 지분 100% 전부였습니다. 창업자 몫으로 약 1억 2천만 달러, 우리 돈
1,560억 원이 돌아갔다고 포브스는 추정했습니다. 창업 7년째였습니다.

그가 판 것은 화장품이 아니었습니다. 화장품은 어느 공장에서든 만들어줍니다.
시세이도가 1조 1천억을 주고 가져간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세포라에서 가장 빨리
팔려나가던 그 매대의 자리, 성분표를 읽고 골라서 계속 다시 사던 사람들, 그리고
이 브랜드를 왜 쓰는지 남에게 그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

경력 0년이 7년 동안 만든 것은 배합표가 아니라 이 셋이었습니다.
셋 다 회계장부에는 한 줄도 적히지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SEPHORA / Drunk Elephant

#스킨케어 #클린뷰티 #엑시트 #브랜드매각

💄 작년에 화장품 회사 29곳이 팔렸다  지난해 국내에서 화장품 기업이 통째로 팔린 일이 29건 있었습니다. 금액을 합치면 3조 5,934억 원, 이 분야에서 사상 최대입니다. 종전 기록은 2017년이었습니다.  금...
02/09/2026

💄 작년에 화장품 회사 29곳이 팔렸다

지난해 국내에서 화장품 기업이 통째로 팔린 일이 29건 있었습니다.
금액을 합치면 3조 5,934억 원, 이 분야에서 사상 최대입니다.
종전 기록은 2017년이었습니다.

금액보다 눈여겨볼 것은 팔린 회사들의 목록입니다.

예전에는 이름이 알려진 화장품 브랜드가 팔렸습니다. 지난해에는 달랐습니다.
화장품을 담는 용기를 만드는 회사가 팔렸고, 미용 의료기기 회사가 팔렸고,
브랜드를 대신해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어주던 회사들이 줄줄이 팔렸습니다.
용기를 만들던 삼화는 7,330억 원에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무대에 서 있던 브랜드만 값이 매겨진 게 아니라, 그 뒤에서 일하던 회사들까지
값이 매겨졌다는 뜻입니다.

같은 시기에 다른 숫자 하나도 움직였습니다. 화장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수입니다. 2022년에 8,041곳이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1만 곳을 넘었습니다.

만드는 회사는 1만 곳을 넘었고, 그 시장 안에서 회사가 통째로 팔린 일은
작년 한 해에만 29건이었습니다.

그 29곳이 판 것은 공장이 아니었습니다. 공장은 빌리면 되고 설비는 사면
됩니다. 사는 쪽이 돈을 낸 것은 그 회사가 몇 년에 걸쳐 만들어둔 것이었습니다.
어디에 납품해왔는지, 누가 다시 주문하는지, 그 이름을 믿고 맡기는 거래처가
몇 곳인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스스로도 자산이라고 생각한 적 없던 것들입니다.

#화장품 #브랜드매각

💄 5,170억을 넣은 브랜드가 84억에 팔렸습니다  2019년 4월, LG생활건강은 에이본의 북미 사업을 1,450억 원에 사들였습니다. 지분 100%를 통째로 가져오는 거래였습니다.  그 뒤로 돈이 계속 들어갔습...
01/09/2026

💄 5,170억을 넣은 브랜드가 84억에 팔렸습니다

2019년 4월, LG생활건강은 에이본의 북미 사업을 1,450억 원에 사들였습니다.
지분 100%를 통째로 가져오는 거래였습니다.

그 뒤로 돈이 계속 들어갔습니다. 2025년 5월에 6천만 달러, 약 861억 원을
더 넣었습니다. 올해 8월에는 빌려줬던 2억 550만 달러, 약 2,863억 원을
아예 자본으로 돌렸습니다. 인수대금까지 합치면 약 5,170억 원입니다.

그리고 지난주, LG생활건강은 이 회사를 팔았습니다. 지분 100%,
600만 달러였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84억 원입니다. 산 곳은 스트랫포드
월드와이드, 에이본의 해외 사업을 이미 운영하고 있던 회사였습니다.

7년 동안 5,170억을 넣고, 84억을 받았습니다.

회사가 밝힌 이유는 한 줄이었습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방식과 유통
환경이 너무 빨리 바뀌었다는 것. 그사이 이 회사의 자본은 마이너스
1,361억 원이 돼 있었습니다.

값을 정한 것은 그동안 들어간 돈이 아니었습니다.

브랜드의 값은 그것을 만드는 데 쓴 돈으로 매겨지지 않습니다. 지금 그
브랜드로 물건이 팔리고 있는가, 지난달에 샀던 사람이 이번 달에도 다시
사는가로 매겨집니다. 이건 5,170억을 쓸 수 있는 회사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광고비를 얼마나 부었든, 몇 년을 버텼든, 값을 정하는 것은
언제나 같은 기준입니다.

#브랜드 #이커머스 #브랜드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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